존재 이유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얻는다. 유니레버 브랜드 ‘도브(Dove)’의 철학은 ‘모든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도브는 이 철학에 맞게 여성들의 자존감(self-esteem)을 찾아주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2004년 ‘Real beauty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Beauty Care 상품들의 광고는 대부분 마르고 예쁘고 금발인 백인 모델들이 등장해서 “이 제품을 사용하면 이 모델처럼 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식이다. 하지만 도브는‘만들어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신 여성은 나이를 먹거나 뚱뚱해도, 백인이거나 금발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진짜 소비자를 내세운 도브의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3년 영국에서 28만 개가 팔렸던 도브 퍼밍로션은 2004년에 23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실현이라는 기업의 핵심가치이자 미션에 충실한 점, 진짜 소비자를 모델로 내세운 점, 사용 후 결과를 과장하지 않았던 점 등이 진솔하게 다가와 소비자의 공감을 유발하고 구매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2006년에도 도브는 화제의 광고 ‘Evolution’ 편을 통해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이 내세우던, 왜곡되거나 인위적인 아름다움 대신 일반적인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일반 여성들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평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갈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 도브는 8∼14세 연령대의 수많은 소녀들이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여기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것이 ‘도브 자신감 펀드(Dove Self-esteem fund)’다. 이 펀드는 소녀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바꾸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쓴다.
2013년 칸 광고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캠페인 중 하나가 도브의 ‘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다. 세계 여성 중 4%만이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여긴다고 한다. 도브는 몽타주 전문가와 함께 ‘자신이 말하는 자신의 얼굴’과 ‘타인이 말하는 자신의 얼굴’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자기가 스스로를 말로 표현한 몽타주에서는 못생기고 주름지고 우울하게 표현된 얼굴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로 표현한 몽타주에서는 이보다 훨씬 아름답고 밝은 얼굴들이 그려졌다.
도브는 자신감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여성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도브에 소비자들은 귀를 기울이며 진심으로 화답한다. 무엇보다 도브의 뛰어난 점은 이처럼 진정성 충만한 리얼 뷰티 캠페인을 아주 오랫동안, 처음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이다. 도브는 분명 진정성이 한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도브가 생산하는 제품 및 제공하는 서비스와 맞물려 거대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브랜드 가치와 시대적 코드가 부합할 때 진정성을 얻는다. 저명한 마케팅 그루, 필립 코틀러는 기업의 진정성을 사회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는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기반을 둔 가치,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라고 한다. 이렇게 공유하는 과정이 진정성을 토대로 하는 마케팅3.0이다.
대한항공의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캠페인은 브랜드 진정성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행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취항지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풍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광고 캠페인을 주로 펼쳐왔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한항공은 그 여정을 멈추고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소재로 하는 캠페인을 구상했다. 캠페인에 대한 구상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해외 취항지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통해 여행 수요를 늘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제선의 위상을 높이며 항공사 선호도를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을 소재로, 비행기로는 갈 수도 없는 곳을 광고로 만들어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도 소개한다는 것은 얼핏 이치에 맞지 않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항항공은 이를 강행했다. 캠페인을 구상하던 2011년은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이 전개되던 때였다.
이 캠페인은 석 달 동안 총 80편이 제작돼 TV에 방영됐다. 거의 하루에 한 편씩 만들어진 셈이다.한국의 이름난 명소는 물론 너무 익숙해서 아름다움을 잊고 있던 곳들도 포함됐다. 남사당패의 줄타기나 단청의 의미가 새삼 알려졌고 시장 골목과 떡볶이가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광고가 거듭되고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과 우리나라 국민의 소통 방식이다. 대항항공은 이 광고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직접 대한민국을 돌아볼 수 있도록 참여가변형 플랫폼을 활용했다. 대한항공이 만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대한민국 스토리를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응모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가 제작, 방영됐고 각 편마다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제시된 포맷 안에서 독자적인 광고를 직접 만들어 SNS를 통해 공유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참여해 장소, 문화, 정서를 나누며 무한대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이 됐다.
이 캠페인의 성공 요인은 시대적, 사회적 코드를 잘 읽어낸 감각과 이에 소비자 스스로 진심 어린 답을 제시하게 한 플랫폼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의 애국심과 소통에 대한 열정, IT강국다운 능력과 한국 방문의 해 및 평창 동계올림픽 등 상황적 요소들이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것이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항공의 마이크로사이트 방문자 수는 27만 명을 넘어섰고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작한 광고는 3000여 편이 넘었다. 그들이 제작한 광고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동안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한국의 곳곳을 보고 느끼고 알게 되면서 자긍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게 됐다,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고 싶어 졌다는 등의 소감이 이어졌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대표 항공사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대한항공 브랜드 이미지가 동시에 높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도브나 대한항공처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각광받고 어떤 기업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기업이 진정성을 소구할 때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부터 소개할 5가지 전략적 가이드는 진정성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지상명령(Business imperative)인 시대에 기업 혹은 브랜드가 광고를 통한 실체와 표현의 일치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진정성을 얻기 위한 방법론이다.
기업이 진정성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론-5Cs
Construct products and services that consumers want: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이 진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라
기업 혹은 브랜드가 건네는 말이나 행동을 소비자가 무조건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요, 무지다. 기업은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늘 각성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부터가 기업이 진정성 있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요, 기업의 사업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Correlate business and branding activity: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과 브랜드의 본질이 깊은 연관성을 갖도록 하라.
맥도날드가 실시한 ‘어린이 비만방지 운동’이나 필립모리스의 금연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인데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패스트푸드와 담배 회사가 어린이의 건강을 염려하고 담배를 끊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기업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가식적인 활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브랜드의 본질을 부정하는 마케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Choose what is right rather than what is beneficial: 이익이 되는 것을 찾지 말고 올바른 것을 선택하라.
당장의 감언이설이 아니라 브랜드가 진짜 가야 할 길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월마트가 만든‘Wal-Marting Across America’라는 블로그 사례는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은 길이 아니라면 진정성을 훼손시켜 더 큰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우호적인 반응을 거짓으로 만들어내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대신 소비자들의 쓴소리를 귀담아 듣고 반성하고 개선하는 쪽에 힘을 기울였다면 그들은 원했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Communicate with consumers, not selling products: 소비자를 판매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보라.
기업이 진정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윤으로 맺어진 계약 관계라는 생각이 신뢰의 형성을 방해한다. 소비자는 사람이다. 사람은 서로 대화를 해야 감정 교류가 가능하고 친밀감을 느낀다. 기업과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도 기업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Be Consistent in words, actions and attitudes for a long period of time: 기업의 혹은 브랜드의 모든 말과 행동, 태도가 일관성을 갖게 하라.
기업은 인내심이 없다. 당장의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도 많다. 담당자가 바뀌기도 하고 조직은 세분화돼 있다. 이곳저곳에서 브랜드에 대한 얘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시간에 따라 바뀐다면, 브랜드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이 진정성 있는 캠페인으로 칭찬받는 것은 그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십여 년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진정성이라는 평판은 한두 번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해서 잘했을 때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진정성은 소비자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진정성의 추구는 기업의 긴 여정에서 시계(목표)가 아니라 나침반(목적)을 따라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면과 외면, 실체와 표현의 균열을 포장해 과시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성, 새로운 소통 감성이 되다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외치는 동안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생산 및 공유하는 미디어들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소통의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진정성은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이자 핵심이다. 이름난 기업이 멋진 제품을 내놓고 화려한 광고로 포장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반대로 아무리 작고 이름 없는 기업이라고 해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위대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화장과 변장의 마케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진정성 마케팅을 펼친다면 소비자는 언제나 그 기업을 선택하는 팬이 될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은 새로운 소통 감성(Communication Sensibility)이다.
박애리 HS애드 그룹장 aepark@hsad.co.kr
필자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다가 인디애나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HS애드에서 브랜드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