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금융 CEO 50人 ◆


현대캐피탈·카드에는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ex)가 없다. KPI는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데 활용되는 수치다. 대부분의 금융권 기업들은 보편적으로 KPI를 사용한다. 정태영 현대캐피탈·카드 사장(52)은 지난 1월 “KPI는 낡은 틀이자 허상”이라고 언급했다. “그 수치가 정말 모든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KPI를 철폐했다. 대신 각 본부장들에게 성과 평가의 자율권을 주고, 본부별 성과를 정성평가 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라고 놀라워한다.
정태영 사장은 이미 틀을 깬 창의력과 실험정신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정 사장을 수식하는 단어 중 빠지지 않는 말이 바로 혁신이다. 금융 CEO 창의경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놀랍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 금융 CEO 창의경영 부문에서도 정 사장은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정 사장이 최초로 시작한 일은 매우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초우량(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가 카드사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 사장은 이미 2005년 연회비 100만원(현 200만원)인 블랙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선포인트 제도를 만든 이도 정태영 사장이다. 비욘세, 스티비 원더 등을 초청한 슈퍼콘서트, 빌 모그리지(Bill Moggridge) 아이디오(IDEO) 공동설립자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슈퍼토크 역시 그의 작품. 세계 최고의 공연·스포츠 행사·강연 등을 통해 현대카드만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꼽힌다.
마케팅으로 유명한 정 사장은 최근 광고의 개념을 바꾸겠다고도 나섰다. 일방적으로 광고(advertisement)를 전달해 기업의 이미지를 조작하기보다는, 회사가 하는 모든 활동에 일관된 메시지를 담아 통합적으로 표현(expression)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체 생수 브랜드인 ‘잇워터(it water)’를 만들거나 베를리너판 신문 형태의 소식지 ‘모던타임스(Modern Times)’ 등을 발간하는 것도 이런 통합 익스프레션의 일환이다.
정태영 사장의 창의경영은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는 부서별 인원 TO(정원)가 없다. 인사팀이 아니라 개별 사업본부가 인력 운용 권한을 가진다. 7시간 이내에 의사결정을 마치는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도 갖췄다. 정 사장은 엉뚱한 상상력을 강조하는 월트디즈니의 ‘이미지네이션 프로그램(Imaginations program)’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조직도 꾸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태영 사장은 그간 어느 국내 금융사도 이루지 못한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 사장이 이사회 멤버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법인인 HMA가 지분의 94%를, KMA가 지분의 6%를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금융회사다.
정 사장은 지난해 여름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산탄데르은행과 현대자동차의 합작사는 할부 금융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전면적인(full-scale) 금융사로 조만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여신금융업을 넘어 은행업, 증권업 등 다른 금융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당시 “5년 이내에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하고 해외 자산 규모를 28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 조은아 기자 ec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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